항상 고도 빈혈에 시달리고, 보통은 듣도 보도 못한 햇빛 알레르기가 있고, 잠은 12시간씩 자고, 먹어도 살도 안 찌고, 육교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 했던 나노카의 체질이 모두 병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때는 4월 20일. 배에 뭔가가 만져지기 시작한지 2주. 동네 병원을 돌아 다녀 봐도 별 뽀족한 병명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배는 점점 더 아파 왔기에 나노카는 새로운 병원에 찾아갔던 것이다. 새로운 병원에서 찾아낸 병명은 '게실염'(물론 나중에는 이 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만...). 지금 상태가 심각하다면서 바로 대학병원을 예약해 주셨다. 안 되면 응급실이라도 가야 한다면서 나노카에게 겁을 주어 드디어 큰 병원으로 가게 된다.
연락을 받은 장인장모님은 부산에서 오고 계시고, 나는 오후 반차를 내어 집으로 왔다.
왼쪽의 사진은 출발할 때의 모습이다. 만약 입원할 수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짐도 샀다. 내과 진료를 받자마자 바로 응급실로 가게 되었고 오른쪽 사진은 응급실에서의 사진이다. 이때 처음으로 링거를 맞게 된다. 피 뽑기, X레이, CT등의 검사를 주로 하였다.
아주 빠르게 금식 조치가 내려지고 예상되는 병명을 듣게 되었다. 병원에 오게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 장이 부은 것 자체는 관심 대상 3순위가 되어 버렸고, 1번 째의 위급 상황은 바로 빈혈이었다. 원래부터 나노카는 이 수치였지만 병원에서는 도저히 정상인의 수치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였고 우선 수혈부터 하였다. 원래 2팩을 맞아야 하는데 1팩 조금 넘게 맞았다. 그러자 일단 급한 대로 빈혈 수치는 +2가 올라가서 한 시름 놓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병을 확진하는 일이었다. 최종적으로 확진을 받는 데까지는 10일 이상 걸렸지만 그 확진을 위한 많은 검사를 했다.
그 다음 날은 응급실이 아닌 일반 병동에 들어 왔다. 아직은 자신이 환자라고 인식을 못하였는지 환자복 입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영양 상태도 아주 안 좋아서 링거가 아닌 몸 속에 관을 꼽아서 직접 영양분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아직은 즐거운 나노카다. 환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빨간 머리핀도 했다. (미리 병원 올 때 준비 한 것이다) 암환자가 득실 거리는 내과 병동에서 가장 젊고 가장 멀쩡한 환자다. 다만 밥을 못 먹기 때문에 항상 배고프다고 징징 거리긴 한다.
이 사진을 찍은 후 1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노카는 병워에 있다. 몸무게도 3kg이나 늘었고 얼굴에는 살이 올랐다. 병원에 와서 도리어 살지워서 나가는 셈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번 주에 퇴원이 가능할 것 같은데, 퇴원하면 같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에 놀러나 갔다 왔으면 좋겠다.
병명은 특별히 밝히지 않지만, 국내에 3,000명 정도가 등록되어 있는 국가가 지정한 희귀 난치병이라고 한다. (희귀병이지만 치사율은 아주 낮고, 난치병이지만 무좀처럼 뿌리가 뽑히지 않는...) 남자라면 군대에 안 간다는 데 나노카는 특별히 혜택보는 것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