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느지막이 일어나서 근처에 있는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라는 곳에 들렀다. 어제 가장 늦게 잠이든 나노카의 검색 신공에 의해 만들어진 일정이다. 거기는 드라마 ‘야인 시대’의 세트장이 있는 곳인데 처음의 생각보다도 더 볼 것이 많았고 생각할 것도 많았던 곳이었다.
‘야인 시대’의 배경이 일제 강점기이다 보니 그 당시의 서울의 모습을 꾸며 놓았다고 한다. 사실 70년도 말까지 부산도 이러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낯 선 풍경은 아니었다. 전신주가 나무인 것이 눈에 띄는데 내가 살던 곳도 나무 전신주는 많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은 세트장 밖의 건물이고, 왼쪽은 나무집, 오른쪽은 콘크리트 집이다. 대충 보면 제대로 된 집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그럴 듯 하게 지어져 있기만 한 건물이다. 문이 실제로 움직이거나 하지 않고 외관만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다.
종로의 전철 승강장인 것 같다. 앞 뒤 역이 마포(마포는 종점 아닌가?)와 동대문이다. 종로와 마포는 가깝지 않았을 텐데… 좀 이상하다.
이것은 장독대를 이용한 조형물인데 ‘야인 시대’와는 관련이 없다. 중간 중간에 이런 것들도 끼어 있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도 섞여 있었다.
처음에는 좁은 줄 알았는데 돌다 보니 꽤 큰 곳이었다. 그리고 서울, 여수, 부산 등이 모두 같은 길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청계천 같은 곳도 그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되어 있다. 아마 그때 사셨던 분이라면 좀 더 공감할는지 모르겠다.
전철은 2대가 놓여 있었는데,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자리에 앉아도 볼 수 있었다. 전철의 이쪽 면에서 타면 종로라고 적혀 있는 서울 전철인데, 반대쪽 문으로 가면 <대동병원 – 서면 - 남포동>등의 익숙한 부산 지명들이 적혀 있다. 즉, 하나의 전철로 두 지역을 촬영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진짜 전철의 운전석이 이렇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전차로 GO~
그 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큰 길이 아닌 실제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골목을 재현해 놓았다. 이벤트로 예전 만화 가게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아서 그 안에 들어 갈수도 있었는데(만화책도 볼 수 있지만, 그건 요새 만화들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우미관’이라고 되어 있다.
많은 경험을 하였지만 배는 고프기에 우리는 고기(!)를 먹으러 갔다. 소고기는 비싸서 못 먹고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冬春이가 나노카 것까지 뺐어 먹어서 나노카는 주린 배를 쥐고 돌아서야 했다. (오빠가 취직되면 고기 많이 사줄 게.. T_T)
밥을 먹고는, 거기서 구름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부천 호수 공원으로 갔다. 일요일 낮이라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특히 어린 애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이 많았다.
저 멀리 물방울 튀어 오르는 듯이 뽀족한 조형물이 보이는가? 저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처음에 만든 사람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 기구가 되어 있었다. 왜 그런가 가까이 가보면…
360도 모든 방향에서 아이들이 그 탑에 기어 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위험할 듯 보였으나 탄젠트 30도부터 90도까지의 그래프를 가지는 탑이라 역학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어서, 아이들이 그리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 올 때도 비교적 안전하게 미끄러져 내려 왔다. 얼마나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 대었는지 돌이 반질반질해져 있다.
그대로 두면 어두워질 때까지 미끄럼을 탈 기세인 冬春이라, 강제로 탑과 분리를 시켰다. 그리고 다시 공원을 빙빙 돌아서 원래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의 주자창으로 돌아 왔다.
그 길로 40km를 달려서 집에 돌아 왔고, 예정에도 없었던 우리의 1박 2일은 이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