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의 휴가는, 2일의 연차 + 주말을 끼워서 갔다 왔다. 공휴일이 낀 연휴 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그 누구도 휴가를 못 쓰고 있었는데 나만 유일하게(또는 무식할만큼 용감하게) 휴가를 쓴 것이다. 사실은 쓰고 나니 나만 쓴 결과가 된 것이지만...
뭐, 이번 주말은 남아 있는 멤버들의 능력을 믿기로 하였기에 나는 아주 마음 편하게 갔다 올 수 밖에 없다.
즉흥적으로 휴가를 가자는 이야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나나 나노카나 특별히 휴가 장소를 정하지를 못했다. 이리 저리 찾다가 그나마 남은 시간 안에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고르다보니 이번의 여행지는 강원도 정선이 되었다. 한 번도 가 본적은 없지만 강원랜드 카지노 때문에 이런 저런 내용을 많이 전해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우리가 묵게 된 곳은 강원 랜드 카지노가 있는 강원 랜드 호텔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 때문에 이 호텔에 들리기 때문에 주차와 관련된 것이 가장 힘들었다. 사실은 초행이다 보니 호텔 지하 주차장에 발레 파킹 맡기면 된다는 것을 제대로 몰라서, 아주 먼 곳에 주차를 했는데, 그 때문에 좀 힘들었다.
호텔에 체크인 하고 방문을 열자 마자 冬春이가 침대에 뛰어 드는 바람에 최초 세팅된 대로의 방은 찍지 못했다.
방 내부의 사진을 찍고 나서 창 밖을 보았는데, 오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여태 묵었던 호텔들 중에 가장 경관이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창 밖에는 넓게 펼쳐진 호수와 그 안의 분수, 그리고 이상한 하얀색의 구조물(성처럼 생긴)이 보였다. 이 미스테리한 구조물의 정체는 나중에 밤이 되어서야 밝혀지게 된다.
일단 오늘의 첫 스케쥴인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우리들의 단점 중에 하나가 사진을 찍을 때만 찍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아예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의 수영장도 마찬가지인데,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로비의 사진만 한 장 남아 있을 뿐, 막상 수영장 안에서의 사진은 전혀 없었다.
비록 사진은 없지만 수영장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풀장 내의 인구 밀도도 굉장히 작았고 안전 요원도 지나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았으며, 줄만 서면 탈 수 있는 튜브 미끄럼틀도 있었다. 다음에 정선에 한 번 더 올 일이 있으면 호텔은 여기서 안 묵더라도 이 수영장에는 다시 들리자는 이야기도 하였다.
冬春이가 계속 수영장에서 놀려고 하는 바람에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서야 수영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저녁은 이곳에서 유명한 음식인 곤드레 정식으로 정했고 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서도 제대로된 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2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3명이 배불리, 그리고 건강하게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기름진 음식이 조금씩 부담이 되고 있는데 이런 밥이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하다.
원래는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8시 30분인가에 하는 분수쇼와 불꽃놀이를 볼 생각이었지만, 수영장에서부터 일정이 조금씩 밀렸기 때문에, 밥을 다 먹을 때는 이미 분수쇼가 시작되고난 후였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포기하고 차를 달려 언덕 위에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려 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며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타이밍도 잘 맞고 위치도 좋아서, 우리 3명은 언덕 위에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편하게 구경을 하였다. 그냥 불꽃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 예술적으로 불꽃놀이가 진행되었는데, 아마도 분수쇼나 음악에 맞춰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언덕 위의 불꽃놀이 관람을 끝내고 우리 호텔 쪽으로 걸어 내려가니,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호텔의 광장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느낌은 마치 제주도 중문단지의 롯데 호텔에 주위 사람들이 쇼를 구경하려 몰려 왔다가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가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간 뒤여지만 그래도 엄청난 사람이 더 남아 있었다. 아래의 사진이 우리가 묵었던 강원랜드 호텔의 밤 모습이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은 낮에 보았던 하얀 구조물의 정체이다. 호수 주위에서 하고 있는 루미날레용 구조물이었던 것이다.
호수 주위를 30~40분 걷고 나서 다시 호텔 방으로 들어 왔다. 뭐,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해서 바로 잠들었고 이번 휴가의 첫 째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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