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 호텔'과 1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허브 아일랜드라는 곳이 있었다. 그 위치로 보아서는 필경 산으로만 남았을 그곳에, 이러한 테마파크(?)를 세울 계획을 한 것이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사실 첫 인상으로는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위치를 찾기도 어렵고 진입로도 좁고 가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착 20분이 지나자 완전히 그 인상은 깨어졌다. 요새 말로 ‘제대로 낚였다’라고 할 정도로 신기한 것이 많았다.
일단 배가 고파서 ‘레스토랑’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곳에 들렀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조밀 조밀한 계단과 시멘트로 보수한 바닥을 지나야 했기에 마치 어릴 적에나 보았던 산동네의 모습이 생각났었다. 하지만 그 내부는 왼쪽의 사진과 같은 풍경이었다. 밥 시간이 아니라 사람은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내부 전체가 이렇게 꽃으로(아마도 허브 꽃?) 장식되어 있었다. 탁자나 벽의 장식도 마음에 들었고 천정에도 꽃이 빼곡히 늘어져 있는 것에도 놀랐다. 게다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음식 맛까지 좋으니 이 때부터 이미 우리는 허브人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음식은 모두 허브와 관련된 것을 조금씩 섞은 것이었는데 오른 쪽의 사진과 같이 샐러드 장식 하나마저도 일품이었다. ‘물은 셀프’이지만 그 물은 허브 물이었고 100원에 제공되는 커피는 허브 향이 가득한 독특한 커피였다.
그 다음으로 들린 곳은 허브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곳이었다. ‘이 분들이 입장료까지 받아 드시고도 또 우리 지갑을 터시려는 모양이다’라는 마음으로 가게 진입을 시도했다. 들어가는데도 뭐 이리 제한 사항이 많은지 불만이 막 생기려는 찰나 … 우리는 제대로 낚여서 도리어 ‘굽신 굽신’ 모드로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갈 때 그 쪽 직원이 목 뒤에 잠깐 발라주는 ‘허브 오일’부터 심상치 않았다. 1시간 동안 너무 시원해서 하마터면 그것 사려고 지갑을 열 번 했다. (돌아 와서 검색해보니 인터넷으로는 반 값에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제공해주는 ‘리콜라 허브차’에도 잠시 지갑을 열 번도 했으나 다른 물건(더 싼)으로 대체를 했다. 꼭 물건을 사기 위한 곳은 아니라서 부담 없이 돌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치 ‘1300K’ 같은 신기한 물건 파는 가게에 처음 가봤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사실 충동적으로만 보면 살만한 물건은 굉장히 많았는데(신기한 찻잔 같은 것) 내 방에 더 이상 들어갈 물건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냥 마음을 비우고 머리만 즐겁게 했다.
허브와 관련된 이것 저것을 파는 상점도 많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허브 정원이라고 보면 된다. 폭포 같은 것도 만들어 놓았고 허브 별로 구역을 따로 두어 정원도 만들었다. 冬春이가 뛰어 놀기에 좋았기에 풀어 놓았는데, 바닥에 깔려 있는 작은 돌들이 신기했는지 계속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
해도 지고 너무 덥지도 않아서 아주 몸과 마음이 편했다. 그러고 보니 음악마저도 조용한 음악이나 오르골 연주 같은 것들로만 울려 퍼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음악들도 다 팔고 있는 상품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6시 조금 넘으면 전체 상점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게다가 산이라 빨리 어두워졌다. 실제로 우리가 둘러 본 곳은 반도 안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호텔로 향했다.
다시 이 주위를 지난다면 한 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