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처음으로 나노카와 둘만 여행을 떠났다. 작년 휴가때는 冬春이를 가진 상태라 어디에 나다닐 수 없는 상태였고, 그 이후로도 애를 두고 어디에 갈 수가 없어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큰 마음 먹고 애를 어머니께 맡기고 출발했다.
부산에 애를 맡겼기 때문에 출발지와 도착지 모두가 부산이되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여행 가능한 지역은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종 선택된 곳은 부산가 가장 가까운 일본인 기타 큐슈 방면이었다.
부산의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는 서울의 반밖에 안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뜨는가 싶더니 바로 착륙을 해야할 정도로 가까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3시간짜리 배로 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비행기였고 기내에서 주는 먹거리라고는 쥬스 한 잔이 전부였다.
비행기가 거의 도착할 무렵에 찍은 사진이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섬이었다. 도착한 후쿠오카 공항은 마치 하네다 공항과 비슷했다. 작은 규모의 국제선 청사와 그보다 더 큰 국내선 청사가 있어서 셔틀 버스가 서로를 이어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여행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아서 모든 일정을 그때 그때 파악하여 움직여야 했다.
첫 번째 난제는 정액권 버스 카드를 사는 것. 동경이나 오사카 등에서는 모두 지하철로만 움직였기 때문에 일본에서 버스를 탈 일은 거의 없었다. (교토에 갔을 때는 버스를 이용하긴 했지만 3일 프리 패스 이런 것이라 보여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음) 1년간 굳어 있던 입을 열어서 버스 카드를 샀는데 뭐 그다지 굳어 있는 편은 아니었는지 순조로왔다. 한국의 버스와는 달리 방송도 잘해주고 정류장 표시도 잘 되어 있어서 찾아가는데는 거의 어려움이 없었다. 일단은 호텔을 찾아가 가방부터 맡기고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이미 방 청소가 끝났으니 지금도 체크인 가능합니다'라고 해서 이른 시간이지만 호텔에 먼저 짐을 풀었다.
여기가 3일동안 묵게될 방이다. 교통의 중심지인 하카타역 몇 십 미터 앞에 있는 곳이라 교통도 굉장히 좋았고 방의 크기나 상태도 여태 일본에 묵었던 곳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 2인용 방이지만 4명은 거뜬히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호텔에 짐을 내려 놓고는 다시 가벼운 가방만 둘러멘채 밖으로 나왔다. 역시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던 터라 지도를 보면서 조금 방황을 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순조롭게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는 캐널 시티라는 곳이다. 건물 중간을 운하가 관통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고 운하 쪽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져 있다. 이 자체는 복합 쇼핑몰 같은 곳인데 冬春이의 옷이나 신발을 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다. 엔화가 예전에 비해 가치가 없다보니 같은 물건이라고 한국보다 많이 싸게 나온다. 나노카가 열심히 쇼핑하는 동안에 나는 무대쪽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누구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4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인 모양이다. (큐슈 한정 아이돌 그룹 SEED라나?) 한참 리허설을 하더니 나중에는 본 공연도 했다. 본공연이 시작되자 아주 오덕해보이는 아저씨(?) 20여 명이 무대 가장 앞을 차지했고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추임새를 넣거나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연습을 한 것인지, 부르는 노래마다 서로 다른 박수치는 방법과 다른 추임새를 일사분란하게 넣어가며 율동까지도 따라 했었다. 같이 구경하던 사람들이 이 그룹을 보고 재미있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오덕 아저씨들의 행태를 더 재미있어하고 신기해 했다.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오덕은 거리가 먼 상대인 것이었다. (현실에서 전차남에게 에르메스가 꼬일 가능성은 0.001%도 안되는...)
여기를 나가서는 텐진(天神)으로 갔다. 여기의 사거리에서는 신호등의 음악으로 通りゃんせ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 보면 '天神さまの 細道じゃ'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어서일지도...) 거기는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상가들이 있었고 백화점 같은 것도 구경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발이 너무 아픈 상태여서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했고, 서둘러 다시 원래의 본부로 돌아와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재충전해도 그다지 효과는 없었는지 호텔 주변의 요도바시 카메라 등을 구경하고 편의점에 들러서 다량의 과자와 라면과 음료를 사와서 일용한 양식으로 편입 시킨 것이 전부였다.
정리하자면 점심도 못 먹고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어서야 편의점에서 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