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와 유후인이다. 이곳은 버스로 2-3시간 가야하는 곳이라 일반 대중 교통 수단으로는 불편한 점이 많았기 떄문에 하카다역에서 출발하는 관광 버스(?)를 이용했다. 여기서는 한국 가이드도 있고 여행자들도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제일 편했다. 각 관광지에 데려다 주면 그냥 시간 맞춰 우리 버스에만 잘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다카사키야마 원숭이 공원이었다. 아마도 벳부가는 길에 있는 모양이었는데, 원숭이 2000여마리가 사람과 공생하는 자연 동물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무슨 절이 있었는데 그 절에 내려와서 먹이를 먹고 간다고 했다. 마침 먹이를 주는 시간에 맞춰가서 엄청나게 몰려드는 원숭이 떼를 볼 수 있었다. 원숭이는 총 3그룹으로 나눠져 있으며 서로 다른 시간에 절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여기는 벳부 온천 지역이다. 노천 온천이나 가족탕 등도 많았고 특히 일본 무형문화재인 '유노하나'라는 입욕제를 제조하여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 이번 여행 계획에 꼭 들어가 있던 것이 유노하나를 사는 것이었는데, 冬春이의 아토피나 피부병 예방을 위해 한국에서도 계속 그것을 써왔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가격도 훨씬 싸고 품질도 더 좋다고 한다. (유노하나 재배지에 가면 유황 냄새가 많이 난다.)
여기는 벳부 온천 중에 관광지로 만든 것중에 하나인 바다지옥이라는 곳이다. 공교롭게도 마침 TV 촬영이 있어서 관람에 좀 제재를 받았는데 그만큼 유명한 곳이었구나..하고 긍적적으로 생각하였다. 온천의 수온이 98도라 입욕 가능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광광지로만 사용되게 되었고 파란색이 도는 이유는 온천에 섞인 특수한 광물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관광지로 개발된 고온의 온천이 총 9개다)
온천이면 '온천 달걀'이 아니던가..(온천 탁구도?) 하지만 그때는 그다지 입이 당기지 않아서 먹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먹어 보았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기온이 34도 정도였는데 이곳은 40도 정도가 되어서 굉장히 더웠다.
다음 일정은 유후인이었다. 사실 벳부와 같은 패키지이기 때문에 가게 된 것이고 처음에는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냥 온천이 있고 공짜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차가 유후인에 도착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약 1km에 이르는 전통 상가가 양 옆으로 줄지어져 있었고 가게들에 대한 볼거리도 대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라 가게 하나 하나 보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2시간으로는 제대로 가게를 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온천과 관련된 것은 아예 생각치도 못했다)
위의 사진은 일본 고로케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가게인데 나노카와 한 개씩 사 먹어 보았다. 하나에 150엔인데 고로케로서는 극한의 맛을 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돌아다니는데 바빴기에 도리어 사진은 별로 없다. 각 가게별로 테마가 있어서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새로왔는데 전통적인 먹거리, 전통적인 의상, 약간 개량됭 음식, 전통 공예품, 테마(고양이, 강아지, 유리..) 제품 등이 있었다.
약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게 되어 가까운 가게로 비를 피했는데 그곳은 일본 전통 떡과 과자 등을 파는 곳이었다. 和과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물건이다보니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고 팥죽처럼 보이는 것과 인절미처럼 보이는 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비내리는 것을 보며 먹었는데 꽤나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팥죽은 우리나라 팥죽과 거의 똑같은데 약간 더 달다고 생각하면 되고, 인절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콩고물은 동일한데 안의 떡 쪽이 좀 더 젤리처럼 연했다.
유후인의 짧은 2시간이 지나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 왔다. 열심히 돌아 다니느라 3일동안 한 번도 점심을 챙겨 먹은 적이 없었다. 저녁 마저도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때웠는데 오늘은 마지마 밤이라 무려 100엔 스시를 먹으러 갔다. 밤 9시 경에 갔었는데도 7번 정도의 차례를 더 기다려야했다.
마지막 날은 12시30분 비행기라 실제로 오전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출력해간 프린트 물에는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 오는 방법은 많이 나와 있었지만 공항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온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겠냐며 쉽게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길 안내 해주시는 아저씨와 이야기를 해서 제대로된 방법을 알았지만 괜한 의심을 하는 바람에 1시간에 한 번 오는 급행 버스를 놓친 것부터 시련은 시작되었다. 그 아저씨는 최선의 방법인 12번 게이트에서 2분 뒤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서 '??가와'라는 곳에서 내리면 그 곳이 공항이라고 알려 주었지만 버스 노선과 비교해보면 뭔가 좀 이상해서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그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최종 보루인 택시가 있긴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최종 선택인 것이다. 지하철로도 갈 수 있지만 환승이 한 번 있어서 시간이 좀 지체된다. 일단 버스로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약 5분 간 각 게이트에 붙어 있는 노선표와 시간표를 하나 하나 확인해보니 결국 14번 게이트에 5분 뒤 도착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는 것을 알아 내었다. 이런 식의 교통 시간표를 접해본 적이 없다보니 조금 헤매게 되었는데 아마 다음번에 한 번 더 올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아무런 가이드 없이도 원하는 목적지에 찾아 갈 수 있을 듯하다. 하여간 일본에서 버스 타는 것을 그 동안 불편해 했었는데 이번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
뭐, 하여간 이번 년도의 휴가는 이런 식으로 끝나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