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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파크에서 2박을 한 마지막 아침은 아주 늦게 일어 났다.
거의 체크아웃 마감시간까지 버티다가 그 다음 숙소인 양양으로 향했는데, 양양으로 가는 중에 다시 여러 곳을 들리기로 하였다... 라는 계획과는 달리, 특유의 게으름여유로움으로 한 곳만 들리고 가기로 하였다.
우리가 들리기로 한 곳은 월정사라는 곳이다. 원래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란 곳을 가려 했는데 이왕 왔으니 절에도 들려 보기로 하였다. 冬春이는 모래 장난, 물 마시기, 개미 보기, 돌 쌓기 등을 하며 놀았다. 나노카가 冬春이에게 1,000원짜리 캐츠아이 같은 재질의 염주를 사 주었는데 아주 좋아하는 듯 했다.
절구경을 하고 나서는 전나무숲길로 향했다.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인데, 끝까지 가버리게 되면 다시 그만큼 되돌아 와야 하는 부담이 있기에 적절한 위치에서 U턴하기로 하였다.
중간에 물가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거기서 30분 정도 놀았다. 계곡 물은 발을 계속 담그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차가왔고, 조금 깊다 싶은 곳에는 제법 큰 물고기도 돌아 다니고 있었다. 冬春이는 물에 들어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계속 자갈을 물에 던져 넣으면서 물 위에 동그란 파장이 퍼져 나가는 것을 보며 좋아했다.
여기를 기점으로 U턴을 해서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시간의 여유도 많고 마음의 여유도 많았기에 서두를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천히 아이의 걸음에 맞추며 월정사를 뒤로 했다.
그 다음에 우리가 묵을 곳은 양양의 마이대니(http://www.mydanny.co.kr/welcome.html)라고 하는 펜션이었다. 모든 예약은 나노카의 몫이었기에 나는 사전 정보 같은 것은 전혀 없이 가게되었다.
펜션에 들어선 순간 눈의 띄인 것은 넓게 펼쳐진 동해 바다였다. 그리고 그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책로 겸 휴식 공간이 있었다. 밤에는 여기서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체크인을 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웰컴 드링크를 주었다. 이런 식의 사소한 서비스까지도 모두 만족스러웠던 곳인데, 서비스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생각까지 해둬야 하는 지를 잘 배우게 되었다. (나중에 숙박업을 하려면 꼭 벤치마킹 해야 할 곳이다)
4층짜리 건물이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곳은 예약이 끝나서 우리가 배정 받은 방은 바다의 반대편으로 향한 곳이었다. 방 2개를 합쳐 놓은 듯한 구조이며 욕실과 방의 구분은 따로 없었다. 방이 큰데 비해 TV는 너무 작은 것이 좀 이상하고, 전체적으로 좋은 것 같지만 뭔지 모를 구조상의 불편함이 있는 곳이었다. (제대로 활용 못하는 공간이 조금 있는 듯)
짐을 풀어 놓고는 다시 로비로 내려가서 아침겸 점심겸 저녁을 먹었다. 첫 식사이지만 3시에 먹는 것이니 이것을 뭐라 딱 잘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저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파스타류를 먹었는데, 이런 오지에서 먹는 것이니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 했지만 의외로 맛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그리 손님도 많지 않을텐데 요리하시는 분의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저녁 9시에는 야외에서 바베큐를 먹기로 하였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다시 들어가서 목욕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밖을 돌아 다니거나 TV를 보거나 했다. 어차피 여유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 최대 목적이므로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거나 하지는 않았고.
동해 바다 앞의 밤 9시는 꽤 추웠다. 야외 대형 스크린에는 뭔지 모를 영화를 보여 주고 있었고, 우리는 담요를 빌려 쓰고 야외 식탁에 앉았다. 어디서 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베큐가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나는) 아주 배부르고 맛 있게 먹었다. 나노카는 추워서인지 그리 많이 먹지는 않았던 것 같고 冬春이도 이 메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조식을 먹기 위해 시간에 맞춰 일어 났다. 밥을 먹고 나서는 펜션을 떠나기 전에 바닷가로 한 번 나가 보았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백사장은 아주 깨끗하고 바다도 에메랄드 색으로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의 바다 색깔도 이런 색이란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위의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우리가 묵었던 펜션이다.
점심이 되기 전에 다음 밥을 먹기 위해서 다음 목적지인 솔 비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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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만 10년을 일했다고 3일 휴가를 주었다. (외국같으면 3달은 주었을텐데...)
1년 안에 써야하는 휴가인데, 여름 휴가에 쓰는 것보다는 빨리 빨리 써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 돌아온 결혼 기념일에 맞추어서 쓰게 되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끼고 출발하는 여행이기에 총 4박 5일이 가능했고, 처음에는 일본 또는 사이판으로 갈까했으나 떠나기 일주일 전에 冬春이의 주치의(?)曰, "중이염이 심해서 비행기를 타면 고막이 터질 수 있다"라는 면피성 발언을 하는 바람에 결국은 강원도 쪽으로 떠나게 되었다.
나노카가 가고 싶어 했던 좋은 호텔은 주말에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라, 결국은 토요일, 일요일 2박은 피닉스 파트에서 묵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칼퇴근을 하고 바로 회사 앞에서 피닉스 파크로 출발하였다.
일단은 도착하자마자 대충 주변만 둘러 본 뒤 바로 취침을 하였다.
첫날 제일 먼저 간 곳은 허브나라라는 곳이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는 경기도에 있는 '허브 어쩌고'에 갔었는데 거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다. 많은 꽃을 보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나올 수 있었는데,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야 '꽃이 예쁘다'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오후에 가려고 한 곳은 피닉스 파크에 붙어 있는 하늘 정원이다. 스키 시즌이 아닌지라 사람도 거의 없었고 건물 내부도 거의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곤돌라만 정상 운행하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조금은 이국같은 분위기였다. 까마득한 언젠가의 크리스마스날, 뉴질랜드 로토루아라는 곳에서 점심 먹으러 곤돌라 타고 어떤 산 정상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거기와 분위기가 거의 흡사했다. (그때는 돈만 있으면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있어야 가능하다) 날씨도 흐린 편이어서 햇빛 알레르기인 나노카가 마음껏 활보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상에는 양이 있었다. 먹이를 가지고 가면 이렇게 먹이를 달라고 목을 내밀고 있다. 冬春이는 양을 처음 보고는 '큰 멍멍이'라고 하였다. 양은 정말 또박 또박한 발음으로 '음메'라고 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하늘정원'은 여기서 다시 2km를 가야 한다고 해서 그냥 자리에 드러 누웠다. 왔다 갔다 4km를 하라니... 그래서 그냥 드러 누웠다. 산 정상에는 양 말고도 토끼나 공작 같은 것이 있어서 冬春이에게 보여 주었다.
이후 다시 곤돌라를 타고 하산을 하였다. 배가 고파서 근처에 한우를 먹으러 갔었는데... 갔다 와서는 저녁부터 모두 취침을 하였다. 冬春이는 무려 14시간 연속 수면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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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바쁘고 주말도 기약할 수 없는 날의 반복인 가운데, 겨우 1박 2일의 여가를 마련할 수가 있어서 근교로 간단하게 나들이를 갔다 왔다.
이번 간 곳은 작년과 재작년에도 간 '미란다 호텔'이었다. 집에서 50km정도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다가 주위에 물놀이 시설도 있고 결정적으로는 나노카의 聖地인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아웃렛'은 이런 식으로 안 가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따라 가주어야 하는 곳이기에 겸사 겸사 가장 유리한 곳을 택한 것이다. (물론 내가 할 일은 나노카가 쇼핑하는 동안 冬春이를 돌보는 것이다.
우리가 그다지 빨리 출발하지 않았음에도 아직 호텔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우선은 물놀이부터 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호텔과 붙어 있는 '스파 플러스'. 이름에 '스파'가 들어간 만큼 물놀이 시설보다는 커다란 찜질방이라는 개념이 더 강해 보이는 곳이다. 스파뿐만 아니라 온천물로 이루어진 대형 목욕탕도 있고 야외 온천이나 실내 풀장 등이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있었던 유수 풀장 등이 있는 곳에는 출입 금지였다. 그래서 좀 좁아 보이는 듯)
제일 신난 冬春이가 지칠 때가 되어서야 물놀이를 그만두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찜질방에는 거의 가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이런 데에 오면 팬티를 입고 찜질복을 입는지 팬티를 벗고 찜질복을 입는지 늘 헷갈린다. 나노카나 冬春이는 이미 퍼질러져서 뒹굴고 있지만... 나는 뭔가 익숙하지 않은 공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나오기 전에 많은 컷을 찍었는데 내가 얼굴이 가장 작게 나온 사진이라 이 사진을 올린다. (冬春이가 카메라를 보든 말든...) 얼굴이 작게 보이는 것이 뭐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좋은 것이라니 좋은가 보다 하고 생각할뿐인데.... 나는 머리가 큰 여자 연예인이 더 좋은 걸로 봐서는 남들과 기준이 좀 다른가 보다.
드디어 방으로 들어 왔다. Dibo 캐릭터 룸인데, 별 것 아닌 것 같았지만 冬春이는 아주 좋아 했다. 집에도 있는 볼풀인데도 여기서는 유난히 잘 가지고 놀았다.
침대는 더블이 하나 싱글이 하나인데, 더블을 구석으로 밀어 넣어 한 쪽 면의 낙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전화선을 빼 놓고 리모콘을 숨기는 등의 冬春이 난동 방지책도 같이 대응해 놓았다.
층 전체가 캐릭터 룸인지, 복도로 나와도 이런 장식이 되어 있다. 冬春이 손에 들려 있는 레고 퍼즐은 기념품으로 받은 것인데... 꽤나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 나노카는 이미 만들기를 포기하고 조립의 전권을 나에게 위임해 놓은 상태다.
다음 날은 어떻게든 호텔 조식에 맞춰서 일어 나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호텔 체크 아웃 시간을 넘겨서 체크 아웃을 하고는, 바로 나노카의 聖地인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나노카는 쇼핑을 위한 가장 편한 복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冬春이는 앞으로 다가올 자신과 아빠의 고독스런 5시간을 모른 채 웃긴 표정을 만드느라 힘쓰고 있다.
잠시 冬春이를 보는 사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뻔한 나노카를 발바리 매장에서 다시 찾았다. 모든 매장을 다 찍고 최후의 승자가 될 기세인 나노카와는 달리, 나와 冬春이는 벤치에 앉아 있거나 아빠들만 가득한 놀이터에서 질릴 때까지 놀거나 다시 벤치에 앉아 있거나 놀이터에 질릴 때까지 놀기를 반복했다.
3시간이 경과하자 별로 한 것도 없을 내 발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원래는 평발이 아니었는데 군대 갔다 오니 발에 살이 쪄서 평발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아무 매장 내에 쇼파에 가서 인생을 다 잃은 표정으로 멍하게 주저 앉아 있었다. 나의 표정과 자세를 보고는 어떤 점원도 나를 저지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와 冬春이는 안방에 들어 온 듯이 편하게 쉴 수가 있었는데, 물론 冬春이에게는 게임기 하나만 주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상당이 막혔다. 그래도 역시 집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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