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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게임쇼 2008 (1/2)
지난 10월 초에 동경 게임쇼에 다녀 왔다.

원래는 나노카도 함께 가는 것으로 계획했었지만 冬春이를 맡기는 것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 나 혼자 가게 되었다. 출발하기 몇 일 전에, 그냥 고생하더라도 冬春이도 같이 데려 갈 걸... 하는 후회를 했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예전에는 혼자서 하는 여행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좀 심심하다.

이번 여행은 회사 일이 바빠서 전혀 사전 준비를 못했다.

출발하기 전날 10시에 퇴근해서 여권이랑 기타 다른 물건을 챙겼다. 공항 버스 타는 곳도 미리 확인을 해두지 못해서 나노카가 새벽에 인터넷 뒤지느라 좀 고생을 했다. 그냥 동경에 가는 것이라면 김포-하네다 노선이 가장 빠르고 편하지만 이번에는 인천-나리타 노선으로 정했다. 동경 게임쇼가 열리는 것은 동경이 아니라 치바인데 그곳은 나리타 공항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착륙하려 할 때 기내 방송에서 '동경은 현재 비'라고 알려 주었다. '이거 3일 연속 비만 맞고 다니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었지만 비가 온 것은 도착한 날 오후 뿐이었고 나머지 날은 계속 화창했다.

사전에 동선을 전혀 파악해 두지 못해서 나리타 공항서부터 헤메었다. 나리타 공항 마지막에 온 것이 5년 전이라 교통 수단 등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길을 찾아 나갔다. 치바 쪽을 경유하는 것은 완전 처음이라 이런 저런 시행 착오도 많았고 1시간에 갈 거리를 1시간 30분 걸려서 겨우 전시장이 있는 '마쿠하리 멧세'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동경으로 가는 전철표를 끊는 것이다. 미리 끊어 두지 않으면 전시회 폐장 시간에 사람들이 표를 끊기 위해 몰려서 굉장히 고생한다.



2년 전에 왔을 때랑 전혀 변함이 없다. 일단 왔으니 2008이라는 글자가 보이게 인증 샷을 찍었다.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커다란 히어로가 서 있었다. 나중에는 공연도 하고 그러던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기동력을 좋게 하기 위해서 2층에 있는 라커룸에 가방을 넣고 다시 1층으로 돌아 나와 표를 샀다.



내부는 이런 식이었는데, 예년보다 사람은 더 적어졌다는 느낌이었다. 수치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온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예전에는 3일동안 하였고 지금은 4일동안 하는 것이라 실제로 1일 관람객은 더 적어졌을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로는, 몇몇 유명한 부스들에 사람이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캡콤과 같은 부스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도 한 번에 100분씩 걸렸지만 유명하지 않은 부스에는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는 온라인 게임 쪽의 부스는 돌아 보지 않았기 문에 한국 업체가 어느 정도 왔느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에 뜨인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이제는 차세대 게임기가 지원하는 Full HD 게임이 완전히 대세가 되었고, 그런만큼 큰 업체가 아니면 게임을 만들기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동경 게임쇼를 목적으로 일본에 가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전에는 여기에 오면 배울 점이 참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일반 여행인데 동경 게임쇼 시즌에 맞춰서 오는 경우는 있겠지만) 게다가 내가 하는 업무도 이쪽과는 좀 더 멀어진 것도 한 이유일 수 있겠다.



둘째 날은 종일 아키하바라에만 있었다. [동경 게임쇼 -> 아키하바라]는 항상 이 여행의 고정 코스이기도 하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인들도 대부분 이 코스를 택하는지, 동경 게임쇼에 갔다 왔음이 티나는 서양인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성인물 관련된 곳에서 더 많이 눈에 띄었다. -_-;;) 아직도 아키하바라는 메이드들이 난무하고 모에가 넘치는 곳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일반인 여성도 꽤 많았다. 물론 혼자오지는 않았고 모두 남자 친구와 같이 오긴했는데, 이것이 아마도 '전차남'의 효과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타쿠로 보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지, 내가 여행용으로 유일하게 메고 온 것이 큰 배낭 하나였기 때문에 오타쿠로 오해 받을 소지가 좀 있었을뿐이다.

밥이라고는 호텔 나올 때 먹은 아침이 전부였고, 시간이 아까워서 점심은 먹지 못했다. 그나마 위의 사진에 있는 유명한 케밥 집 덕분에 간단히 허기는 잠재울 수 있었다.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거스럼 돈도 안 받고 케밥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케밥 팔던 터키인이 뛰어 나왔다. '형씨(あにき)'라고 부르면서... 참고로 저 케밥은 600엔.

이것 저것 구경도 많이 했지만 구체적인 구매 물품 리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환율이 좀 오른 덕분에 이번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오전, 오후에는 구매 물품에 대한 최저가와 매장 위치만 기록하고 저녁에 그 매장들을 모두 두르며 물건을 사는 방식으로 했다. 단지 게임 몇 개와 피규어 5개를 샀을 뿐인데 피규어의 과대 포장에 의해 이미 가방은 꽉찬 상태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 날은 별 계획을 잡지 못해서 [긴자->신주쿠]를 가기로 했다. '긴자'는 나노카가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한 곳이라 다음에 올 기회가 있을 때를 대비해 미리 길이라도 알아 두자는 의미이서 가고 싶었고, '신주쿠'는 나노카가 안 좋은 기억을 가진 곳이라 다음에는 제대로 안내해 보려고 하는 의미였다. 긴자는 호텔 근처라 바로 도착할 수 있었는데, 번화가인 4거리를 중심으로 도보로 각 방향으로 1km 정도를 탐색(?)을 했다. 하라주쿠의 오모테산도처럼 명품 브랜드 하나가 한 건물을 차지 하고 있는 것이... 여자들이 좋아할 거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그런 매장들이 굉장한 포스를 뿜어 내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나로서는 감히 접근을 하지 못하고 밖에서 구경만 했다.

긴자에서는 특이한 광경을 보았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H&M이라는 건물 앞에 사람들이 500m 가량 줄지어 서 있는 것이었다. H&M이란 브랜드는 처음 보는 것이라 이 사람들의 정체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혹시나 에르메스를 줄여서 HM으로도 쓰나? 라고 나노카에게 전화해서 물어 보았지만 그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에르메스 매장이 다른 곳에 있는 것도 확인을 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강력한 인터넷의 힘으로 'H&M 긴자'라고 검색을 하자 바로 관련된 내용이 튀어 나왔다. 일본에서 그 브랜드가 처음으로 긴자에 들어 왔는데 오픈할 때 줄을 선 사람이 무려 5,000명이었고 그 이후로도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이 하나의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국민성을 제대로 활용한 H&M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H&M'은 'Zara'급이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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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우균 at 2008/11/21 19:34  r x
에~ H&M은 Zara급은 아니고 좀 더 쌉니다. =D 거의 가장 싼 복합 패션 매장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ㅎㅎ
Replied by 안영기 at 2008/12/02 08:38 x
그런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이런 트랜드를 만들어 낸 H&M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밖에...
Commented by 엉엉 at 2008/11/25 09:59  r x
슴갈사마.. 많이 바쁘신가봐요. 2편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긴.. 요즘 좀처럼 메신저 불이 안꺼지시네요.
Replied by 안영기 at 2008/12/02 08:40 x
2편은 제목만 적어 두고 쓸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회사 분이셨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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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촌
우리 집에서 불과 9.4km 떨어진 곳에 민속촌이 있다.

우리집 들어 오는 길에 민속촌 표지판이 있기 때문에 항상 지나갈 때마다 한 번 가보자고 말을 하는 곳이지만 실제로 가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주차료 2,000원에 입장료 12,000원. 처음에는 바싼 듯 보이는 입장료였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그 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반나절을 볼 생각하고 갔었지만 제대로 보려면 족히 하루는 잡아야 할 것이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 주는 것은 장승들이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시골 풍경들이 나타났다. 시골에 친가 외가가 있는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冬春이가 컸을 때는 하나 하나 설명을 해주어야 이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시와의 격차는 컸다.



아주 익숙한 풍경이고 나의 외갓집 쪽은 아직도 이런 곳이다. (내가 본 30년간 전혀 변화가 없는 곳이다) 아직은 민속촌에서 본 것들을 나의 경험에 빗댈 수 있었고 옛 기억에 남아 있는 그런 정겨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집이나 마을의 외면은 그랬지만 집 안의 모습들은 사뭇 나의 기억과는 달랐다. 내가 기억하는 시골은, 겉 모습은 예전 그대로이지만 집 안은 현대식이었다. TV도 있도 전화도 있고... 그래서 이런 쪽은 많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 농업에 대한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가 깃들어 있는 도구나 구조들이 지금은 전혀 접할 수 없고 그 지혜가 후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내가 그런 전통을 계승할 것이냐라고 물으면 고개를 젓겠지만, 적어도 옆 나라 일본에 비해서는 전통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여기는 관아의 모습이다. 코스프레나 상황 설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나노카가 모델이 되었다. 오는 부모들 마다 애기들 곤장대에 엎어 놓고 태형을 가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 웃겼다.



이건 관아 앞에 붙어 있는 현상금 포스터. 이래도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건지는 의문이다.



여기는 굿이나 토속 신앙과 관련된 곳 같은데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위의 사진은 나노카의 방아 찍기 시범과 그네타기 시험이다.

장터인가 하는 곳에 가면 많은 음식을 푸드 코트처럼 파는데, 전통식 방 안에서 먹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밥 먹는다고 줄타기, 말타기 등의 공연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건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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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아일랜드
'아도니스 호텔'과 1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허브 아일랜드라는 곳이 있었다. 그 위치로 보아서는 필경 산으로만 남았을 그곳에, 이러한 테마파크(?)를 세울 계획을 한 것이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사실 첫 인상으로는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위치를 찾기도 어렵고 진입로도 좁고 가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착 20분이 지나자 완전히 그 인상은 깨어졌다. 요새 말로 제대로 낚였다라고 할 정도로 신기한 것이 많았다.

일단 배가 고파서 레스토랑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곳에 들렀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조밀 조밀한 계단과 시멘트로 보수한 바닥을 지나야 했기에 마치 어릴 적에나 보았던 산동네의 모습이 생각났었다. 하지만 그 내부는 왼쪽의 사진과 같은 풍경이었다. 밥 시간이 아니라 사람은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내부 전체가 이렇게 꽃으로(아마도 허브 꽃?) 장식되어 있었다. 탁자나 벽의 장식도 마음에 들었고 천정에도 꽃이 빼곡히 늘어져 있는 것에도 놀랐다. 게다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음식 맛까지 좋으니 이 때부터 이미 우리는 허브人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음식은 모두 허브와 관련된 것을 조금씩 섞은 것이었는데 오른 쪽의 사진과 같이 샐러드 장식 하나마저도 일품이었다. 물은 셀프이지만 그 물은 허브 물이었고 100원에 제공되는 커피는 허브 향이 가득한 독특한 커피였다.



그 다음으로 들린 곳은 허브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곳이었다. 이 분들이 입장료까지 받아 드시고도 또 우리 지갑을 터시려는 모양이다라는 마음으로 가게 진입을 시도했다. 들어가는데도 뭐 이리 제한 사항이 많은지 불만이 막 생기려는 찰나 우리는 제대로 낚여서 도리어 굽신 굽신 모드로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갈 때 그 쪽 직원이 목 뒤에 잠깐 발라주는 허브 오일부터 심상치 않았다. 1시간 동안 너무 시원해서 하마터면 그것 사려고 지갑을 열 번 했다. (돌아 와서 검색해보니 인터넷으로는 반 값에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제공해주는 리콜라 허브차에도 잠시 지갑을 열 번도 했으나 다른 물건(더 싼)으로 대체를 했다. 꼭 물건을 사기 위한 곳은 아니라서 부담 없이 돌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치 1300K 같은 신기한 물건 파는 가게에 처음 가봤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사실 충동적으로만 보면 살만한 물건은 굉장히 많았는데(신기한 찻잔 같은 것) 내 방에 더 이상 들어갈 물건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냥 마음을 비우고 머리만 즐겁게 했다.



허브와 관련된 이것 저것을 파는 상점도 많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허브 정원이라고 보면 된다. 폭포 같은 것도 만들어 놓았고 허브 별로 구역을 따로 두어 정원도 만들었다. 冬春이가 뛰어 놀기에 좋았기에 풀어 놓았는데, 바닥에 깔려 있는 작은 돌들이 신기했는지 계속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

해도 지고 너무 덥지도 않아서 아주 몸과 마음이 편했다. 그러고 보니 음악마저도 조용한 음악이나 오르골 연주 같은 것들로만 울려 퍼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음악들도 다 팔고 있는 상품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6시 조금 넘으면 전체 상점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게다가 산이라 빨리 어두워졌다. 실제로 우리가 둘러 본 곳은 반도 안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호텔로 향했다.

다시 이 주위를 지난다면 한 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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