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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 호텔

남이섬에서 떠나자 마자 바로 다음 묵을 호텔로 떠났다. 그곳은 포천에 있는 아도니스 호텔이라는 곳이었다. 남이섬에서 묵었던 호텔에 비하면 2배 이상 비싼 곳이었는데 그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국내에서 호텔을 별로 이용할 일이 없었으니 전체적인 수준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일반인이 평범하게 여행하면서 묵을 수 있는 수준의 것에서는 최고급이 아닐까 생각된다. 호텔 내부도 약간 리조트 형식으로 되어 있고 외부에도 꽤 잘 가꾸어져 있었다.

일단 체크인을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이 층에는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는 것 같다. 휴가철이 끝난 평일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호텔 운영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방의 내부는 아주 깔끔해서 나중에 50평대로 이사가면 방 하나는 이렇게 해 놓자 라는 의견을 주고 받기도 했다.



冬春이는 부모의 합의에 의해 이런 짓을 당하기도 하였다. 나노카의 후천적 교육에 의해 분홍색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으므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머리띠를 받아들였다. 나중에 엄마가 하고 있으면 자기가 쓰려고 뺏기도 했다.



왼쪽 사진은 호텔에 딸려 있는 수영장이다. 3시쯤에 들어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사용하였다. (라지만 따뜻한 물 안에서만 놀았다.) 冬春이는 이전과 달리 튜브를 타지 않으려고 해서 물에서는 그다지 즐겁게 놀지는 못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이리 저리 울렁거리거나 물을 튀겨줘야 즐거워하는 듯 했다. 그래서 이 수영장과 같이 붙어 있는 놀이방에 冬春이를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놀았다. 역시 놀이방도 冬春이 혼자서만 쓰는 것이라 따로 지켜볼 필요조차 없었다. 나중에 여자 아기를 데려온 부부가 한 쌍 더 있었을 뿐 더 이상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은 없었다.

오른 쪽 사진은 로비와 붙어 있는 야외 공간이다. 낮에는 이렇게 아무도 없더니 밤에는 어떤 회사에서 워크샵 같은 것을 왔다. 아저씨들만 가득한 그룹이었는데 그날 밤과 다음 날 아침까지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이쪽은 정원이다. 해질 때쯤에는 잔디 깎는 기계가 몇 대나 다녔는데, 매일 그렇게 잔디를 관리하는 모양이다. 여기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주기도 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보았다.

다행이 나노카가 작은 자전거를 빌려와서 심적으로는 편안하게(보는 사람에겐 부담스럽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자전거를 배우던 중학교 1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자전거에 대한 정이 떨어진 후, 5분 이상 자전거에 올라가 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히려 그때보다도 더 잘 타지는 느낌이었고 방향을 바꾸는 것도 몇 번 이론을 들은 후 금방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자전거는 한 번 몸으로 익혀 두면 그 방법을 평생 기억하는 것 같다. 물론, 속도를 빠르게 내거나 평탄하지 않은 곳에는 별로 자신이 없지만 말이다.

나는 그 동안은 자전거를 타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적은 노력으로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역시
열역학 1법칙에 의해 힘든 것은 매 한 가지였다. 그래서 자전거를 꼭 배워보겠다는 마음은 좀 사라져버렸다.



이쪽은 놀이터가 있는 곳이다. 낮에는 볕이 강해서 못 가보고 밤에 한 번 가봤다. 그런데 고난이도의 어린이용이라 冬春이에겐 위험해서 오래 놀게 두지는 못하였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집으로 출발했다. 서울 도심은 굉장히 길이 막힌다는 것을 깜박한 채 COSTCO나 들러보자는 마음에 서울로 향했다. 예상보다도 훨씬 더 한 고생을 한 끝에 수지에서는 아주 먼 COSTCO에 도착했다. 11월 달까지 회원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하니 앞으로 한 두 번 더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나노카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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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회사 일이 바빠서 하계 휴가를 못 가고 있었는데, 9월부터는 더 바빠지기 때문에 8월 달 안으로 휴가를 쓰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래서 휴가 2일 + 토, 일요일을 합해서 나와 나노카 그리고 冬春이가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첫 날은 '남이섬'. 남이 장군의 묘가 있고 겨울 연가를 찍은 곳이라지만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런 곳인가 보다 하고만 알고 있던 곳이다. 도리어 최근에 본 책에서 기업의 '혁신' 사례로서 이곳이 소개된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는 100km 정도의 거리였고, 과학 기술의 발달 덕에 전혀 힘 안들이고 길을 찾아 갈 수 있었다. 이름처럼 '섬'인 모양인지 배를 타고 작은 강을 건너야 했는데 이 놈의 冬春이는 배에만 올라가면 소리를 지르고 우는 통에 민폐를 조금 끼쳤다.



섬을 한 바퀴 걸으면 40분이면 다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섬이었는데, 거의 모든 곳에 사람의 손길이 가 있는 것이 여간 공을 들여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아름드리 나무가 간격을 지고 늘어 선 가로수 길만 한 참이 있었고, 길이 아닌 곳에는 잔디나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도 좋았고, 이런 저런 가게나 특이한 예술적인 볼 거리가 많았다. 아주 조화로운 자연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한국적인 색채로 섬을 꾸며 놓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가마솥, 옹이, 한국 전통식의 집안 내부, 장승, 손으로 쓴 한글들...... 60년대쯤에나 있었을법한 아이템을 파는 곳도 있었고 내가 어릴 때 보던 불량 식품(?) 같은 것을 파는 곳도 있었다.

나의 아버지와 나노카의 아버지(장인 어른)는 중학교 동창이기 때문에 나와 나노카가 어릴 때 갔던 '시골'은 같은 지역이었다. 그래서 시골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도 서로 비슷한 듯 했다. 단지 冬春이만 불쌍하게도 그런 것을 알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안타깝다. 아마 이것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사는 대부분의 어린이에게 해당 될 것 같은데, 한국적인 여러 가지를 다음 세대에 물려 주지 못한 것은 대부분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된다. (모르겠다...... 요새 애들은 컴퓨터 게임도 없는 그 때가 뭐가 재미있었겠냐고 반문 할는지도 모르겠다.)



섬의 중심가에 들어서니 '겨울 연가'와 관련된 설명을 하는 곳이나 사진을 찍는 곳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왼쪽의 사진에서와 같은 가로수 거리도 늘어져 있었다. 연못도 있고 분수도 있고 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서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1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 다인용 자전車(?), 전동 트라이카, 1인용 전동 자동차 등등을 대여하고 있었다. 아직도 내가 자전거를 탈 수는 있는지 아니면 방법을 까먹었는지 궁금해서 자전거를 빌려 보려 했지만, 나노카가 내일 묵을 호텔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준다고 하기에 내일을 기약했다. 하지만 전동 트라이카(서서 타는 3발 전동 바이크)는 좀 타보고 싶었었고 가격이 싸다면 하나 질러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재미있는 물건이었다.



일단 짐이 많아서 호텔에 체크인 했다. 호텔 이름은 정관루라고 하는데, 호텔이라기 보다는 중국 음식점 이름이라 오해하기에 딱 좋다. 여러 종류의 특이한 방이 많았지만 우리는 애 때문에 한실을 선택했다. (게다가 유일하게 한실에만 TV가 나온다)

冬春이는 도착할 때쯤 완전히 지쳐서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뛰어 놀았으니 지칠 만도 하다만 딱 좋은 타이밍에 잠이 들었다. 덕분에 우리도 1시간쯤 누워 있으면서 해가 좀 기울어지기를 기다렸다.



해가 뉘엿해지고 다시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짐을 모두 두고 가벼운 몸과 가벼운 옷차림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노카는 다시 팔팔해져서 셀카나 찍어대고 있었고 나도 팔팔해져서 나노카 닮았을 법한 이상한 조형물이나 찍어댔다. 그러는 동안에 冬春이도 팔팔해져서 온 잔디밭을 헤집고 뛰어 다녔다. 땅거미가 깔릴 때쯤에는 그 많은 아베크 커플들은 사라지고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나 워크샵을 온 듯한 직장인들만 남아 있어서 그나마 쾌적했다.



6시 이후에도 문 여는 식당에 가서 추억의 도시락이라는 메뉴를 먹었다. 어릴 때 '뻰또'라고 부르던 곳에 밥 + 볶은 김치 + 계란을 넣고 흔들어 비벼 먹는 메뉴이다. 사진에서 보듯 장갑을 끼고(뜨거워서) 도시락을 옆으로 막 흔들면 된다.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메뉴이지만 밖에서 먹는 것이기에 조금은 색다른 메뉴였다.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산책을 더 하고, 돌아 올 때는 편의점에 들러서 오늘 밤 일용할 양식을 사 왔다.

TV에서 하는 '전설의 고향'을 보고 나서는 내일의 일정을 위해 바로 잠자리에 들려 하였지만 冬春이가 역시 우리를 도와 주지 않았다. 그래서 11시에 冬春이를 유모차에 태운 후 깜깜한 길로 다시 산책을 나갔다. 섬 내의 숙박시설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섬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의 큰 길에도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많은 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어릴 때 보았던 수준의 많은 별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었고 여름 별자리의 기억을 더듬어 하나하나 별 이름을 생각해 내었다. 주위에 나무가 많아서 시야의 한계는 있었지만 머리 꼭대기 쪽에 있는 '견우'와 '직녀'는 바로 알 수가 있었고, 그 사이를 지나는 은하수를 맨눈으로 볼 수 있을까 해서 나노카와 20여분을 하늘만 바라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인생의 숙제인 '육안으로 은하수 보기'는 실패했다. 아무리 어둡다고 하지만 호텔 불빛이 있다 보니 눈의 '적응시'(군대 야간 사격 용어)에 실패를 했다.



새벽에 冬春이가 우는 바람에 나와 나노카는 잠이 완전히 깨어 버렸다. 그리고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미 6시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잠은 자야 하니 3시간 정도 눈을 붙였고, 아침 조식이고 뭐고 다 날려 버리고 체크 아웃 마감시간인 11시에 맞춰서 겨우 호텔에서 나왔다.

선착장으로 가니 이미 간단하게 관광을 끝낸 일본인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욘사마만 보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에 후딱 보고 가서는 그 진가를 모를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의 여기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보면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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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물독 at 2008/09/04 07:57  r x
저도 오후에만 있다가 나와서 춘천에서 1박을 했었는데, 남이섬에서 1박을 하면 그렇게 지낼 수 있군요... 신기...
그나저나 슴갈님 인생의 숙제를 제가 경험해 봤다니.. 조금 우쭐해 지는데요. ㅋㅋㅋ
Replied by 안영기 at 2008/09/06 20:50 x
이런 부럽습니다.... 은하수가 4등급이라고 하는데 그 때는 한 3.5등급까지는 보였을꺼라 생각되네요. 어릴 때 읽은 책에서는 육안으로 6등급까지 볼 수 있다고도 한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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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이제는 용인 시민이라서 용인 에버랜드는 우리에게 더욱 더 가까이 있는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용인시는 무척이나 컷고 우리는 너무 게을렀다. 그래서 우린.... 바람이 되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칼퇴근 + 나노카 픽업 + 에버랜드 직행..을 했다. 다음 날도 일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조금 부담이 되긴했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그럭저럭 할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노카가 서울 살 때부터 노래 부르던 '에버랜드 회원권'을 끊었고, 이제는 주말마다 마트에서 피서를 하는 것이 아닌 에버랜드에서 피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론상으로는).

이 사진은 나노카를 찍은 것은 아니고, 토끼머리에 빨간 브릿지를 한 여자애를 찍으려고 나노카를 옆에 세운 것이다. 딸이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데 冬春이는 아들이라 역시 잘 시키면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우리는 그 유명하다는 리필 팝콘을 샀다. (집에 올 때 한 번 더 리필을 했다.)

애가 있으니 탈 것은 거의 타지 못했고 그냥 길 가면서 먹고 구경하고 화원이나 분수에서 뛰어 놀게 하며 쉬었다. 그래도 어두워 져서는 20분 기다려서 관람차를 탔다. 관람차는 어릴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좁았는데 冬春이는 답답해 하면서 굉장히 싫어 했다.

야간 퍼레이드를 보고 마지막 불꽃 놀이까지 본 뒤에 다시 집으로 왔다. 나는 1년에 한 번은 여기에 온 것 같은데 나노카와 같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음..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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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민군 at 2008/09/06 11:58  r x
형수님의 협조를 이끌어내시다니~ !
Replied by 안영기 at 2008/09/06 20:36 x
뭐.... 이 정도야 일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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